달 표면에 조선 천문학자 이름 새겨진다

경희대 연구팀 충돌구 발견


조선 후기 대제학 역임한


'남병철' 이름 붙여 국제신청

달 표면 남병철 충돌구 위치. 경희대

달 표면 충돌구(크레이터)에 조선시대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인 남병철(1817~1863)의 이름이 붙었다. 달 표면 지형에 우리말 이름이 붙은 것은 처음이다.


진호 경희대 우주탐사학과 교수 연구팀은 지난 14일 달 뒷면 남위 14.66도 동경 123.41도에 위치한 충돌구에 '남병철 충돌구'란 이름을 부여받았다고 19일 밝혔다. 충돌구 이름은 국제천문연맹(IAU)이 신청을 받고 심사한다. 현재까지 1659개 충돌구에 이름이 붙었다.


남병철 충돌구는 특이한 자기장 특성을 보이는 충돌구다. 내부의 자기장이 주변보다 강한 세기를 갖고 있다. 1980년 이후 명명된 모든 달 충돌구 중 크기가 가장 크다. 지름이 132㎞에 달한다.


달 표면에 운석이 충돌할 때 충돌구가 만들어진다. 충돌로 인한 충격에너지가 달 표면의 자기장 변화를 유발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남병철 충돌구는 관련 연구를 진행하던 중 발견했다. 경희대 연구팀은 이언 개릭베델 미국 UC샌타크루즈 교수와 공동 연구를 하던 중 이 충돌구의 이름이 없는 것을 발견했다. 남병철 충돌구라는 이름은 한국천문연구원 고천문연구센터의 추천과 협의를 거쳤다.


남병철은 조선 후기 예조판서와 대제학 등을 역임한 천문학자 겸 수학자다. 그의 저서로는 '해경세초해' '의기집설' '성요' '추보속해' '규재유고' 등이 있다. 의기집설에는 천체 관측 기구인 '혼천의'가 기록돼 있다. 혼천의는 지구와 태양,달 등 여러 천체 움직임을 재현하고 그 위치를 측정하는 기기다. 연구팀은 "남병철은 천문학적 이론이나 계산 과정을 체계적으로 남긴 인물"이라며 "당시의 천문과학 수준을 알게 해줬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한국 달 궤도선인 '다누리'가 남병철 충돌구에 대한 추가 관측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누리의 임무 기간은 2025년 12월까지다.


[고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