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사람들을 위한 소설이죠"

신작 '67번째 천산갑' 펴낸


대만 스타 작가 천쓰홍 내한

대만의 스타 소설가 천쓰홍. 민음사

"저는 실패한 작가이고 실패에 관한 소설을 썼다. 실패한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조금 더 자유롭게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힘들면 크게 울어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대만 출신 스타 작가 천쓰홍(43)이 9일 서울 중구 광화문 인근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달 초 국내에 출간한 신작 '67번째 천산갑'을 실패자에 대한 책이라고 소개했다. 이달 11일까지 열리는 서울국제작가축제 측 초청으로 처음 한국을 찾은 그는 "나는 일단 성소수자이고 문과를 졸업해서 소설을 쓰고 있으니 대기업에 취업하거나 고향에 갈 때 금의환향이라고 할 만한 사람은 아닐 것"이라며 "하지만 소설을 읽고 쓰면서 천천히 자신감을 얻어 여기까지 왔다. 해방된 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아직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67번째 천산갑'은 작가의 역작이라 할 수 있는 '귀신들의 땅' 이후 4년 만에 선보인 장편소설이다. 유년 시절에 만나 평생에 걸쳐 우정과 헌신,상처를 주고받는 한 게이 남성과 헤테로 여성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관계를 통해 고독과 치유를 이야기한다. 두 작품 모두 자유에 대한 작품이지만 '귀신들의 땅'이 백색 테러라는 대만의 근현대사 배경을 통해 인간의 비극성을 드러냈다면,'67번째 천산갑'은 좀 더 개인적인 차원에서 성소수자의 삶과 그들의 고통을 그린다. 천쓰홍은 "이번 소설을 쓸 땐 내가 개인적으로 경험했던 부분을 많이 녹였다"고 말했다. 그가 자신을 실패한 인생이라고 표현한 것은 그간 성소수자로 살면서 사회적으로 많은 부침을 겪은 탓이다. 천쓰홍은 앞으로도 소설을 통해 성소수자를 대변하겠다고 했다.


평소 K팝을 즐겨 듣는다는 그는 "유명한 아이돌 스타들도 굉장히 억압된 환경에서 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여자 아이돌은 언제나 외모가 예뻐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가 있는 것 같다. 30년이 흐른 뒤 나이가 들어서도 이들을 좋아해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경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