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정부,적극적으로 기업 방어를"
이근 서울대 교수 등 33인
'2025 한국경제 대전망' 출간
"내수·수출 모두 위기 상황
제조업 비용부담 급증할 것"
◆ 암울한 한국경제 ◆
25일 서울 정동 한식당에서 열린 '2025 한국경제 대전망'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왼쪽 둘째)가 발언하고 있다. 21세기북스
미국 대선 이후 미·중 분쟁 증폭에 따른 한국 제조업 타격과 내수 침체 장기화로 내년 한국 경제 성장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경제학자들의 경고가 나왔다. 제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산업정책과 내수 회복을 위한 통화정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는 29일 '2025 한국경제 대전망'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경기가 안 좋은 탓에 자국에서 소화 안 된 물량을 세계 각국으로 밀어내고 있는 점이 한국 제조업에 비용 부담을 안기고 있다"며 "미국은 관세를 올릴 태세고,중국은 철강 등 잉여생산 물량을 한국으로 밀어내는데 우리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관세 등을 통해 우리 기업 제품을 방어해줘야 한다"며 "관세 부과가 부담스러우면 환경 규제를 적용하는 등 정부가 제조업을 지키기 위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류덕현 중앙대 교수,이동진 상명대 교수,허준영 서강대 교수,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등 경제전문가 32명과 함께 이 같은 진단을 담은 '한국경제 대전망'을 펴냈다. 한국 경제의 위기와 기회 요인을 조명한 책으로 올해로 10년째 출간되고 있다. 저자들은 내년 내수와 수출 모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미·중 갈등 국면에서 한국 제조업이 이득을 보기도 했지만 이제는 비용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 몰렸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 대선에서 승리하면 인플레이션 요인이 커질 테고 우리는 금리를 내리기 쉽지 않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수출과 내수가 모두 좋지 않은 비관적인 상황이 내년에 펼쳐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최근 실적 쇼크에 빠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부진이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동진 교수는 "전 세계 반도체 경기는 사실 굉장히 좋은데도 삼성전자 실적이 부진하다는 점에서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며 "반도체 호황을 이끄는 엔비디아 생태계에 들어가지 못한 데서 삼성전자가 위기를 겪고 있는데,이 같은 상황을 당장 타개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수출과 내수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당장 추가로 내리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류덕현 교수는 "가계부채가 잡혀가고 있고 미 연준도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했지만,우리 정부의 재정정책이 (금리를 추가 인하할) 틈을 주지 않고 있다"며 "여기에 미 대선 결과에 따라 금리를 내리기 더 어렵게 됐다"고 했다.
다만 이동진 교수는 한은이 금리인하 시점을 놓쳤다는 실기론과 관련해 "한은 입장에서 가계부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금리인하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게 옳았다"고 했다.
국내 증시보다는 미국 증시를 선호하는 최근 투자 흐름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학균 센터장은 "미국 증시가 장기 횡보세에 들어가기 직전 기록적인 강세장이 전개되곤 했다"며 "급등한 자산에 대해선 훨씬 엄격한 기준을 갖고 투자에 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