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월요일] 하얀 잠

그들은 병든 저희의 몸을


으슥한 낙엽더미 속에 눕힌다.


그들의 몸뚱어리 위에 곧


눈의 흰 이불이 겹겹이 덮이고,


그러나 돌아오는 봄의 천국에


그들은 깨어나 합류하지 못하리라.


그 겨울잠이 마지막 잠일 것이므로,


오는 봄을 분양받기 위해


또 다른 엉겅퀴들이


저 내세까지 줄지어 서 있으므로.


- 최승자 '마흔두번째의 가을' 일부


계절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감각하고야 마는 계절은 가을이 아닐까. 참으로 수고했다는 듯이 모든 것이 찬란한 빛으로 인사를 건네서다.


눈을 덮고 돌아오지 못할 흰 잠 속으로 향하기 위해 가을은 오고,깨어나지 못한 영속의 내생으로 잠들어버릴 것이다. 하나의 거대한 질서가 또다시 흘러가고 있다. 천체가 뒤바뀌는 지금 이 순간의 날씨는 우주가 발송한 거대한 편지 같다. 편지처럼 낙엽을 두 손 위에 올려본다.


[김유태 문화스포츠부 기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