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장사-46] 국밥은 보통 겨울 음식이라 여겨진다. 뜨끈한 국물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한 그릇은 추운 날씨와 잘 어울린다는 것이 상식처럼 통용되어 왔다. 그러나 이 상식을 정면으로 깨뜨린 브랜드가 있다. 바로 ‘육전국밥’이다. 이 브랜드는 여름이 성수기이고,전 메뉴 덕분에 저녁 술손님도 놓치지 않는다.
육전국밥 매장 전경. <부자비즈> 매장은 서울 홍대,종각,성수,여의도,가든파이브 등 핵심 상권에 집중돼 있으며,현재 5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가맹점주 중에는 한 번 운영 후 두 번째,세 번째 점포를 열겠다는 요청도 끊이지 않는다. 창업시장에서 인기를 얻는 이유는 5억 원 이상 투자해도 투자비를 1년 만에 회수할 수 있는 높은 수익률 때문이다. 비결이 뭘까?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잘 팔린다
육전국밥의 가장 큰 특징은 마케팅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별도의 광고 없이 오직 입소문만으로 확장된 브랜드다. 매장 오픈 시 SNS 홍보도 하지 않으며,리뷰어 초청이나 블로그 체험단도 금지한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흔히 사용되는 프로모션 전략을 일절 하지 않는 대신,오히려 오픈 초기에 브레이크 타임을 설정해 직원 교육에 집중한다. 이는 단기 매출보다 장기 안정성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오픈 버블(Open Bubble)’이라는 단기 매출 환상에 의존하지 않고,고객과의 첫 접점을 실수 없이 맞이하기 위해 과감히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다.
육전국밥의 대표 메뉴인 국밥. <부자비즈> 그렇다면 이렇게까지 자신감을 보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브랜드의 본질’에 대한 철저한 탐구와 정체성의 명확화에 있다.
육전국밥은 이름 그대로 육전과 국밥을 함께 파는 식당이다. 본래 ‘육전회관’이라는 상호명을 사용했으나,메뉴를 명확히 알리기 위해 ‘육전국밥’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는 ‘정체성 중심의 브랜딩(Positioning Based Branding)’ 전략의 대표 사례라 할 수 있다. 브랜드 네이밍 자체가 메뉴를 설명하므로,소비자는 브랜드를 접하는 순간 ‘무엇을 파는 곳인지’를 즉시 이해할 수 있다.
브랜드의 핵심 메뉴는 두 가지다. 첫째는 소고기국밥,둘째는 육전이다. 여기에 막국수와 다양한 전,그리고 전통주를 곁들인 저녁 메뉴까지 구성되어 있다. 특히 국밥은 경상도식 소고기무국과 전라도식 우거지국밥의 장점을 절묘하게 섞어낸 레시피로,콩나물과 우거지,무,대파가 들어간 시원하면서도 묵직한 국물 맛을 자랑한다. 깔끔하지만 가볍지 않은 육수는 사골 베이스에 맑은 맛을 더해 국밥 특유의 무거움을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육전 역시 차별화되어 있다. 많은 식당들이 효율성을 위해 가공된 전을 납품받아 데우거나 굽는 방식으로 조리하지만,육전국밥은 매장에서 직접 고기를 손질하고,직원이 손으로 일일이 전을 부쳐낸다. 본사에서 자체 육가공을 통해 가공하고 납품하기 때문에 가맹점에서는 고품질의 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받을 수 있다.
여름철 비수기에도 잘 팔리는 국밥
여기에 본사에서 직접 개발한 육전 소스와 막국수 소스까지 더해지며,메뉴의 일관성과 맛의 균형을 유지한다. 국밥과 육전이라는 메인 식사 메뉴 외에도 막걸리,파전,해물전 등의 사이드 메뉴가 저녁 매출을 견인하고 있으며,여름철에는 막국수가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성수기 전략에 유리하다. 일반적으로 국밥집이 여름 매출 부진에 시달리는 반면,육전국밥은 여름 매출이 오히려 더 높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육전국밥 매장 내부 전경. <부자비즈> 프랜차이즈 브랜드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 요소 중 하나는 ‘계절 대응력’이다. 계절 편차가 심한 업종일수록 수익 예측이 어려워지고,이는 가맹점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 그러나 육전국밥은 겨울 국밥,여름 막국수,저녁 전 메뉴까지 365일을 커버할 수 있는 메뉴 구성으로 계절 매출 격차를 최소화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가맹점들이 “여름이 성수기”라고 답할 정도로,브랜드 내부적으로는 비수기가 사라진 구조다.
육전국밥의 또 다른 장점은 24시간 운영이라는 점이다. 모든 매장이 24시간 운영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가맹점들이 24시간 운영에 더 적극적인 경우가 많다. 투자비를 빨리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육전국밥은 매장을 출점할 때 상권 입지를 철저히 분석한다. 상권 입지에 대한 노하우도 육전국밥의 성공에 한몫한다. 서울의 한 매장은 25평에서 월 2억 5000만 원의 매출을 올리는데,이 또한 육전국밥의 경쟁력과 상권 입지력이 더해진 결과다.
“5년만 버티자”면서 창업에 나서다
육전국밥을 만든 최강균 대표는 남다른 이력의 소유자다. 1966년생으로 경영학을 전공하고 SK에너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그는 평범한 회사원이 아닌,‘5년만 버티자’는 계획을 세운 전략적 사원이었다. 어릴 때부터 창업을 해서 기업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대학 시절 프랜차이즈에 대해 사례 연구로 배운 적이 있었는데,맥도날드 등 글로벌 브랜드의 성공 사례를 접한 후 그때부터 꿈은 프랜차이즈 사업이었다. 직장생활도 프랜차이즈를 배우기 위한 통로로 생각했으며,당시엔 생소하던 외식 산업의 시스템화와 브랜드화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IMF 외환위기로 인해 회사는 구조조정을 단행했고,그는 예상보다 빠르게 명예퇴직을 하게 되었다. 당시 회사가 운영하던 직영 주유소는 퇴직자에게 인계되었는데,수익성이 좋아서 퇴직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을 꿈꾸던 최 대표는 주유소 대신 ‘기사식당’을 선택했다. 회사에서는 “미쳤다”는 반응이 쏟아졌지만,그는 다른 사람들이 꺼리던 식당 사업에서 기회를 봤다.
“주유소보다 기사식당이 더 잘되더라고요. 당시에는 주유소 옆 부대시설로 식당을 임대해줬는데,눈여겨보니 장사가 꽤 잘 되는 곳이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를 제가 인수했고,본격적으로 자영업에 뛰어들었습니다.”
당시 최 대표의 나이는 34세였다. 아내는 공무원이었는데,사업에 꿈을 가진 남편을 따랐다. 부부가 동시에 사표를 제출하며 경제적 기반이 흔들렸지만,그는 조식,점심,저녁 모두 직접 준비하며 운영의 모든 것을 몸으로 익혔다. 장인과 장모는 사직서를 반려해달라며 교육청까지 찾아갔고,지인들은 ‘회사 관두고 밥을 푼다’며 손가락질했다. 그러나 사업은 성공적이었다. 당시 대기업 월급이 100만 원대이던 시절,최 대표는 식당에서 한 달에 1000만 원을 벌며 ‘사업은 공부로 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부딪혀야 한다’는 교훈을 체득했다.
육전국밥의 다양한 막걸리 메뉴. <부자비즈> 하지만 그 성공은 오래가지 않았다.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전환을 시도하며 ‘아리랑 순대국’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전국에 80개 가맹점을 냈지만,원재료에서 반복되는 이물 클레임에 시달리며 브랜드를 정리해야 했다. 특히 순대에 쓰이는 중국산 당면의 위생 문제,돼지 머리에서 나오는 금속물질 등은 품질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그에게 큰 충격이었다.
이후 핫도그 브랜드 ‘도이첸’을 만들어 80개까지 매장을 확대했지만,이 역시 ‘햄버거병’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본사가 직접 운영하던 패티 공장은 대출금 상환 압박에 시달렸고,결국 법원에 회생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운영자금이 4억 원가량 남아 있었지만,그는 미련을 두지 않았다. “망할 걸 뻔히 알면서도 버티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는 생각이었다.
이러한 선택은 단순한 포기가 아니었다. 그는 두 번째 실패를 통해 ‘버티는 것이 미덕이 아니다’라는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처음 순대국 사업에 실패했을 때는 상실감에 6개월 이상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두 번째는 달랐다. 실패를 통해 배우고 다시 일어서는 근육이 생겼다. 시스템을 새롭게 만들고,실패 요인을 제거하고,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다시 도전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브랜드가 바로 ‘육전국밥’이다.
브랜드는 철학이다…시스템으로 말하는 진심 경영
경영학적으로 볼 때,최 대표는 ‘실패 기반 학습(Failure-based learning)’의 전형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에이미 에드먼슨 교수는 “조직의 진짜 경쟁력은 실패를 학습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그는 실패를 통해 품질 관리의 중요성,원재료 내재화의 필요성,무리한 확장 리스크,브랜드 정체성의 명확화 등 핵심 경영 전략을 정립하게 된 것이다.
육전국밥의 육전 메뉴. <부자비즈> 육전국밥의 시스템은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하다. 그러나 이 단순함은 모든 복잡함을 본사가 감당한 결과이다. 고기의 가공부터 소스 제조,메뉴 구성,매장 운영 매뉴얼,직원 교육 방식,심지어 테이블 동선까지 모든 것이 본사의 치밀한 설계 하에 구성되어 있다. 점주는 운영에 집중하면 되고,본사는 점주의 손실과 실수를 미리 계산해 차단한다. 현재 매장 수는 직영점 4개와 가맹점 50개다. 앞으로 육전국밥은 100개만 개설할 예정이다.
슈퍼바이저(SV)는 총 5명뿐인데,이들은 매장 오픈 후 직접 점심시간까지 함께 근무하며 현장 적응을 돕는다. 주 1회만 본사에 출근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가맹점과 함께 보낸다. 일반적인 프랜차이즈처럼 SV가 영업사원처럼 행동하지 않고,외식 전공자나 조리 경력자를 채용해 전문성과 실전 감각을 모두 갖추도록 한다. 이는 ‘조직 내 전문성 강화’와 ‘수평적 소통 문화’를 동시에 실현하는 구조로,학습조직의 대표적인 모델이다.
육전국밥 매장 내부 인테리어. <부자비즈> 가맹점주는 최소 3명 이상의 공동 투자자가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그중 1인이 점장을 맡고,나머지는 투자를 분담한다. 투자금은 평균 5억~6억 원 수준이며,점포별 수익률이 높아 약 1년 내 원금 회수가 가능한 구조다.
특히 육전국밥 가맹본부는 유통에서 수익을 내지 않고,제조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유지한다. 이는 일반적인 프랜차이즈 본부가 유통 마진 중심의 수익구조를 가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가맹점에서 사용하는 원재료의 연관성을 감안해 본사가 직접 제조해 공급하는 것이 가맹점의 원가를 낮추는 비결이다. 본사의 마진 투명성과 신뢰도가 높다.
본사는 현재 채무가 없다. 회생 이후 대출 없이 운영하고 있으며,모든 거래는 현금으로 처리한다. 고기도 선입금을 하며 매입하고,그릇 등 소모품도 마진 없이 원가로 공급한다. “우리는 그릇 장사하지 않는다”는 철학은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가 본질이어야 한다’는 신념의 표현이다.
가맹점주와의 관계 역시 독특하다. 가맹점 간 유대감은 매우 강하다. 신규 매장 오픈 시 기존 점주들이 화분을 보내고,운영 조언을 나눈다. 실제로 점주들의 만족도가 높아 한 사람이 여러 매장을 운영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경영학적으로 본다면,육전국밥의 전략은 ‘내부화 전략(Internalization Strategy)’과 ‘고신뢰 조직 구축(High-trust Organization)’의 결합이라 할 수 있다.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대부분을 내재화함으로써 위기 발생 시 대응력이 높고,점주와 본사 간의 신뢰가 이탈을 막는다. 이는 장기적으로 브랜드 생존율을 높이는 핵심 요소다.
최강균 육전국밥 대표. <부자비즈> 최강균 대표는 말한다. “우리가 남의 물건 떼다가 마진 붙이는 구조였다면,이미 무너졌을 겁니다. 제조와 운영 모두 스스로 책임질 수 있어야 합니다. 정직하지 않으면 오래 갈 수 없습니다.”
그는 앞으로 육전국밥을 전국 100개 정도만 매장을 낼 계획이다. 그러나 그 속도는 느릴 것이다. 점주의 이익이 먼저이며,가맹점 수는 목표가 아니라 결과라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또 다른 브랜드도 준비하고 있지만,육전국밥이 흔들리지 않도록 먼저 내실을 다지는 것이 우선이다. 최 대표는 외식업을 ‘인생의 도구’라고 말한다. 단지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사람과 신뢰를 배우고,함께 성장하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매장을 단순히 ‘밥집’으로 보지 않는다.
“내 자식에게도 물려줄 수 있는 브랜드,그게 진짜 브랜드입니다. 그 기준으로 저는 지금도 아직 성공하지 않았습니다.”
[이경희 부자비즈 대표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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