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창조 아닌 재발견"…거장들의 세상을 응축하다

어떤 예술은 사라지지 않는다

윤혜정 지음,을유문화사 펴냄,2만5000원


"이우환은 자신의 작업에 '창작' 혹은 '창조'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그에게 예술은 존재하지 않던 무언가를 새로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있던 걸 재발견 혹은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우환이 작업에서 끊임없이 작가 자신의 존재를 지우려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신간 '어떤 예술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갤러리스트이자 문화예술 칼럼니스트인 윤혜정 국제갤러리 이사가 지난 20여 년간 예술의 현장에서 경험하고 기록해온 것들을 엮은 예술 견문집이다. 현대예술의 거장들과 나눈 인터뷰집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2020)과 예술을 감정,관계,일,여성,일상 등 다섯 가지 키워드로 사유한 산문집 '인생,예술'(2022)에 이은 그의 '예술 3부작' 최종편으로 예술의 장소성과 시간성에 초점을 맞췄다. 다양한 예술 작품을 아우르는 130여 점의 컬러 도판이 수록돼 있다.


책 속 이야기는 열다섯 편의 에세이로 펼쳐진다.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의 다양한 풍경부터 미술관을 지키는 경비원의 모습까지 예술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면면이 녹아 있다. 각 에세이의 부제에는 저자가 어떤 작가나 작품,장소와 관련해 쓴 글인지 나타냈다.


예컨대 이우환 화백에 관한 글은 부제를 '이우환=아를 이우환 미술관에서'라고 달았고,'인생 전시'란 제목의 글에는 '게르하르트 리히터 + 테칭 시에=베를린 신국립미술관에서'라는 부제를 붙였다.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에 초청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원로 조각가 김윤신 작가와 설치,조각,미디어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양혜규 작가,영국 작가 애니시 커푸어와 호주 작가 대니얼 보이드 등 국제갤러리와 파트너십을 맺고 활동하는 작가들에 관한 생각도 솔직 담백하게 내놨다.


작품을 소개하는 갤러리스트로서 매일같이 마주하는 미술품 컬렉터들과 얽힌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윤 이사는 "컬렉터들의 사연을 듣다 보면 이것이 단순히 작품에 국한되지 않음을 인정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며 "어떤 작품을 보고 느끼고 마침내 곁에 두기로 한 결정에는 그들이 살아온 삶과 시선,방향과 철학이 녹아 있다. 예술이 (그들의) 더 나은 삶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돌고 돌아 결국 (우리의) 세상에 어떻게 공헌하는지에 대한 생생한 예로 승화되고,바로 그 지점에서 감흥이 인다"고 기록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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