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이어진 트렌드 중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바로 ‘텍스트 힙(Text Hip)’이다. 1020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커져간 이 키워드는 ‘책’을 ‘힙한 것’으로 여기며 독서와 필사,책과 문구류 등이 인기를 얻기 시작한 현상을 말한다. 텍스트 힙 열풍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9월 ‘독서의 달’을 맞이하여 대한민국 전역에서 도서,독서와 관련된 각종 문화 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웹소설 · 전자책…넓어진 독서와 출판의 범위
혹자는 지금이 책을 읽지 않는 시대라고 이야기하지만,이제는 ‘읽기에 정답이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읽는 행위를 유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독서정책연구소가 발간한 ‘2024년 독서문화 통계’에서도 이 같은 변화는 보인다. 자료 내 조사 개요상에서 ‘자신의 필요에 따라 학습하기 위해 책을 읽는 것’ 역시 자발적 독서로 인정하기 시작하며,독서를 ‘모든 종류의 출판 콘텐츠를 읽거나 듣는 행위’로 명시했다.

도서『채식주의자』(한강 저 / 창비 펴냄)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쉽게 독서에 접근하려는 1020세대의 성향은 ‘느슨한 모임’의 형태로도 나타났다. ‘자유롭게 마음대로 읽는 모임’,‘장르불문 모든 책 모임’ 등 자유 키워드 모임은 전체 모임 중 12.8%를 차지했으며,이 외에도 ‘한 달에 한 권이라도 읽는 모임’,‘날씨 좋은 날 공원에서 책 읽는 모임’ 등 자유로운 독서 생활을 추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1020세대에게만 이 같은 변화가 나타난 것은 아니다. 공공 도서관과 각 지자체 역시 ‘텍스트 힙’ 열풍에 동참,독서에 대한 새로우면서도 대중적인 방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올해 4년째 진행 중인 서울시야외도서관은 지난 4월 1만 명 규모의 공공북클럽 ‘힙독클럽’을 출범해 눈길을 끌었다. 힙독클럽 회원들은 ‘리딩몹’(클럽 회원들이 온,오프라인에 모여 함께 읽고,쓰고,듣는 프로그램),‘노마드 리딩’(서울을 비롯한 전국 명소에서 독서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 등 새로운 형태의 독서 활동에 참여하고,개인의 독서 기록,필사,완독 인증,추천 등을 통해 ‘독서 마일리지’를 쌓을 수 있다.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야외도서관(사진 서울야외도서관)(매경DB) 또한 올해부터 서울야외도서관은 운영 방식을 개선해 서울광장(‘책 읽는 서울광장’),광화문(‘광화문 책마당’),청계천(‘책 읽는 맑은 냇가’)까지 공간 콘셉트에 맞춘 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서울야외도서관의 경우 상반기 전체 방문객 중 11%가 외국인인 것으로 나타나며,서울의 명소로도 거듭나고 있다. 올해 서울야외도서관은 11월 2일까지 운영되며,9월 한 달간은 초가을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독서를 즐길 수 있는 야간도서관(16:00~22:00)도 만나볼 수 있다.<2025년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엔 어떤 책들이 있었을까?>
‘9월 독서의 달’ 포스터(사진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체육관광부는 ‘9월 독서의 달’을 맞이해 독서의 가치를 재발견하고,책 문화를 더 가까이서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는 독서 문화 행사 1만여 건을 진행 중이다. 또한,올해 ‘독서의 달’에는 변화된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맞게 디지털 온라인 기반 독서활동 캠페인도 새롭게 추진한다.전국의 도서관,17개 지자체와 교육청 등에서 ‘읽기 예보: 오늘 읽음,내일 맑음’이라는 표어 아래 국민들이 일상에서 독서의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도록 △야외 도서관 운영(서울,울산,경남),△책방골목 독서 탐험(부산시 교육청),도전 책 빙고(전북 교육청) 등 책 관련 이색 체험행사와 △강연,전시,책 시장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독서의 달 기념 ‘정유정 작가와의 만남’(9월 24일)을,△국립세종도서관은 ‘세계로 나가는 케이-그림책’을 주제로 특별강연과 전시를 운영한다. △서울 대학로 일대와 지역 문학관 등에서는 ‘대한민국 문학축제(~9월 25일)’와 함께 ‘서울국제작가축제(~9월 17일)’,‘문학주간(~9월 19일)’을 진행한다.
‘문학주간 2025’ 메인 포스터(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문학 축제 ‘문학주간 2025’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아르코(ARKO))는 오는 9월 19일까지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일대와 전국 각지에서 펼쳐지는 문학주간 2025 ‘도움―닿기’의 일환으로 문학상주작가와 함께하는 스테이지 프로그램과 특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문학상주작가 지원사업은 도서관,문학관,서점 등 문학 거점시설에 작가가 상주하며,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문학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는 사업이다. 문학상주작가 스테이지는 2개 이상의 문학시설과 상주작가가 협업해,공동으로 기획·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올해는 총 10개의 팀이 문학과 다양한 예술 장르가 어우러진 참여형 콘텐츠를 통해 시민과 소통할 예정이다. △북콘서트,△문학 피크닉,△시 창작 원데이클래스,△전시 및 체험 부스 등이 마련될 예정으로,이 외에도 문학주간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문학상주작가와 함께하는 특별 프로그램이 진행돼 더욱 풍성한 즐길 거리를 선사한다.주요 프로그램으로 9월 19일(금)에 검단도서관과 석남도서관이 협력하여 운영하는 ‘문학으로 도움-닿기,마음으로 도움닫기’ 프로그램이 석남도서관에서 진행된다. 문학 작품 속 세계를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도서관 방탈출’과 문학과 음악을 융합한 북콘서트 등으로 구성돼,참여자들에게 새로운 방식의 문학 향유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서울도서관 광복 80주년 기념 세계 최대 독서 릴레이 기네스북 도전(사진 서울시) ☞ 광복 80주년,윤동주 시인 서거 80주기에 맞춘 ‘독서 릴레이’서울시는 광복 80주년과 윤동주 시인 서거 80주기를 맞아 9월 27일(토)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세계 최대 독서 릴레이(Largest Reading Relay)’ 기네스북 도전에 나선다. 독서 릴레이는 윤동주 시인의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전문을 시민들이 한 문장씩 이어 낭독하는 방식으로,문학으로 저항에 나섰던 시인 윤동주를 통해 광복 80주년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되새긴다.현재 기네스북에 등재된 ‘독서 릴레이’ 세계 기록은 인도에서 『간디 자서전』을 낭독한 3,071명이다. 서울도서관은 광복 80주년,윤동주 서거 80주기의 의미를 담아 3,180명을 목표 인원으로 설정해 역사적 의미를 더했다. 또한 이번 도전은,문화 확산 모델을 선보인 서울야외도서관의 하반기 재개장과 함께 진행돼 시민들과 함께 특별한 독서 경험을 나눌 예정이다. ‘기네스북 독서 릴레이’ 모집 및 참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서울야외도서관 누리집과 공식 SNS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글 시티라이프부 이승연 기자 lee.seungyeon@mk.co.kr][사진 게티이미지뱅크,서울시,한국문화예술위원회,서울야외도서관,매경DB][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98호(25.09.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