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갤러리서 공개
상파울루 비엔날레 인연 조명
고틀립 대표 연작 ‘폭발’과
김환기 전면점화 선보여

아돌프 고틀립의 ‘Red vs Blue’(1972) <페이스갤러리> 1960~1970년대 미국과 한국의 추상미술을 각각 대표하는 아돌프 고틀립과 김환기의 작품이 한 공간에서 마주한다. 동양과 서양,폭발과 조화가 교차하는 추상의 대화가 펼쳐진다.
페이스갤러리는 ‘추상의 언어,감성의 우주: 아돌프 고틀립과 김환기’전을 오는 31일부터 내년 1월 10일까지 연다.
두 작가의 인연은 1963년 제7회 브라질 상파울루 비엔날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을 대표해 출품한 고틀립은 대상을,한국 대표로 참가한 김환기는 명예상을 받았다. 김환기는 당시 고틀립의 작품을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비엔날레가 끝나고 김환기는 곧바로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다.

김환기의 ‘Untitled’(1967) <페이스갤러리·환기재단> 비엔날레에서 두 사람이 교류했다는 공식적인 기록은 없지만 훗날 김환기의 일기에는 고틀립이 병원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전화를 걸었다는 내용이 남아 있다. 두 사람은 같은 시기에 추상을 통해 인간의 감정과 우주의 질서를 탐구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틀립의 상징적 추상과 김환기의 감성적 추상을 함께 볼 수 있다. 두 거장의 예술적 사유가 어떻게 교차하고 변주되는지 보여주는 자리다.

아돌프 고틀립의 ‘Expanding’(1962) <페이스갤러리> 고틀립의 대표 연작 ‘폭발(Burst)’은 화면을 위 아래로 나눈 구성 속에서 상단의 원형과 하단의 소용돌이 모양 덩어리가 맞서는 구조다. 이 연작 중 ‘Expanding’은 태양과 대지,이성과 감성,질서와 혼돈 등 긴장 관계를 시각화한 작품이다.

김환기의 ‘Untitled’(1971) <페이스갤러리·환기재단> 김환기의 회화는 보다 시적이고 명상적이다. 뉴욕 시절 그렸던 십(十)자 구도 작품부터 전면 점화까지 함께 소개된다. 뉴욕에서 그는 구상적 형태를 완전히 덜어내고 점,선,면만으로 감정의 깊이를 표현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기 작은 캔버스에 그린 십자 구도 작품도 이번에 선보인다. 1971년작 ‘Untitled’는 김환기 회화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전면 점화다. 수천 개의 점이 화면을 빼곡히 채우며 하나의 우주적 공간을 이룬다.
이번 전시는 아돌프 앤 에스더 고틀립 재단과 환기재단의 협력으로 기획됐다. 우연의 일치인지 두 작가는 같은 해인 1974년에 세상을 떠났다. 두 사람의 남은 배우자는 남편의 유산을 이어가기 위해 각각 재단을 설립했다. 고틀립의 부인 에스더 고틀립과 김환기의 부인 김향안은 각각 작가의 작품세계를 보존하는 데 헌신했다. 두 재단은 신진 작가를 지원하며 고틀립과 김환기의 예술적 유산을 이어가고 있다.